신병교육대하면 미국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떠올린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패리스 아일랜드 지역에는 거칠기로 유명한 군사훈련소 시타델(Citadel)이 있기 때문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할 이름이 있다. 훈련 교관 하트먼 상사. 그는 훈련소에 갓 입소한 미 해병대 신병들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다.
군 훈련소로부터 북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그린빌(Greenville). 이곳에도 똑같이 혹독한 훈련소가 있다. 물론 차이는 있다. 훈련 대상이 풋내기 사관생도가 아니라 특급 발전기라는 점이다.
올여름,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효율적인 중부하용(heavy duty) 가스 터빈 9HA.02는 이 세상에서 가장 통과하기 힘든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그린빌에 위치한 GE파워의 거대한 터빈 제조시설 옆에 자리 잡고 있으며, 훈련 교관은 37년간 GE 항공 및 전력 부문에서 근무해온 버트 스턱(Bert Stuck)이다. 침착하고 온화한 성격의 고참 엔지니어인 그는 터빈 테스트 스탠드(거치 용 구조물)이 거대한 고문실이라는 선입견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정답이라고 하긴 어렵군요. 우리의 모토는 어디까지나 ‘실험과 학습’입니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스턱 교관이 지휘하는 엔지니어 팀은 9HA.02가스터빈을 극한까지 몰아붙일 것이다. 이 기기가 실전에 배치돼 전 세계 가정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 말이다. 이들은 터빈을 위한 종합 훈련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훈련소에 입소한 터빈은 57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65만 세대 규모의 도시 하나에 공급하기 충분한 전력이다. 스턱은 “터빈의 전체 운용 반경을 안팎으로 모조리 살펴볼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터빈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파악한다는 의미의 업계 표현이다. 이렇게 터빈을 괴롭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이들 터빈은 언젠가 고객사 전력망의 중요한 축이 된다. 따라서 GE는 제조사에게 일상적인 작동 환경에 비해서 훨씬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이 기계 장치들이 정상 작동한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모든 영역에서 터빈의 성능을 테스트한다. 스턱은 그 목록을 늘어놓았다. “성능, 효율성, 운영 유연성, 기계 및 공기 역학적 내구성, 가스 및 액체 연료 성능, 전력망 변동에 대한 반응 등등.”

엔지니어들은 9HA.02가 장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 어디서든 최고의 성능과 효율성을 내도록 보장한다. “말레이시아에서 북유럽까지 어디든 보낼 수 있을 겁니다.”라고 스턱은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실험실 안에서 인위적으로 진땀 나게 더운 날이나 얼어붙게 추운 날을 구현해낼 방법을 안다. 실내 온도 조절 장치를 최대로 올리거나 최저로 낮추는 방법은 아니다. “공기 흐름이나 연료 분리와 같은 특정 요소를 사용해 터빈이 다른 조건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이 말이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 테스트 스탠드는 미친 과학자의 실험실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모든 테스트 과정은 사전에 터빈 및 플랜트 제어 전문가팀에 의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테스트 장치와 시설이 같이 작동하면 어떨지에 대해 이해하고자 합니다.”라며 “시뮬레이션은 (테스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라고 스턱은 말했다.
크게 놀랄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테스트 절차는 여전히 큰 학습 경험이다. 터빈에는 작동, 성능 및 효율성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계측기가 약 5,000개 달려있다. 이 센서는 그린빌의 신경 센터(nerve center)에 초당 약 1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그곳은 NASA의 지휘 통제실과 비슷한 분위기로, 75명의 설계 엔지니어가 운영하는 수많은 컴퓨터가 놓여있다. “말하자면, 1초에 1시간짜리 영화를 전송하는 것입니다.”라고 스턱은 말했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엔지니어들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데이터 판독 값에 주의를 기울인다. 스턱은 “안전이 무조건 최우선입니다. 물론 뭔가 망가지기 전에 충분히 문제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특정 부품이 오작동을 하기 전에 터빈이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 데이터 검토를 시작할 겁니다.”라고 스턱은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부품별 온도, 기류 및 냉각 속도, 기압, 블레이드 진동, 연비, 효율 및 출력 등 모든 것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검토한다. “설계팀은 테스트 후에 데이터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도 작동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엔지니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성능 혹은 효율성 면에서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터빈 블레이드의 슈라우드(덮개) 또는 에어로포일(익형)을 약간 조정하거나, 냉각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해 배출 포트의 형상을 약간 조정하는 등의 마지막 미세 조정을 할 수 있다. “고객을 위해 실제 생산되는 제품에도 이런 종류의 수정을 가합니다.”
그린빌에 입소한 터빈은 보통 13주간의 고된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은 패리스 아일랜드에서 진행되는 미 해병대 신병 훈련 과정에 비할 만하다. 9HA.02는 약 3개월 동안 200시간가량의 테스트 시간을 거치며, 일부 과격한 세션은 12~48시간 동안 지속된다.
테스트 시설에서 약 5,000개의 센서가 머신 전체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를 신경 센터로 전송한다. 그리고 이 센터에서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성능이나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작업한다.
다양한 부하 조건에서 9HA.02를 테스트하고 상당한 수의 시동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늘날의 가스 터빈은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의 성장으로 인해 해가 비치지 않는 밤이나, 바람이 잘 불지 않는 날처럼 다양한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매일 켜고 끄는 주기적인 변동이나, 전력 수요 피크에 맞춰 고출력으로 작동시켜야 하는 상황이 흔해졌다. 예를 들자면, 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양호하고 전력 수요가 적은 기간 동안 9HA.02를 끄고,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이 둔화되면 다시 켜는 것 같은 상황이다. 스턱은 “작동 정지 상태에서도 약 10분 안에 최대 전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종류의 특수 테스트는 실제 운영되고 있는 발전소에서는 진행되기 힘들다. 그린빌 훈련소의 터빈은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전력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특이한 상황을 재현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스턱은 설명했다.
어떤 특이 조건을 만드는 데는 극단적으로 큰 힘과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 10 초 이내에 굿이어 블림프(Goodyear Blimp, 대형 비행선)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속도로 터빈 연소실에 22:1 비율로 압축된 공기를 밀어 넣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GE는 테스트 스탠드에 있는 터빈으로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전용 액화천연가스 저장시설을 건설했으며, 이를 운반하기 위해 특수 철로 및 턴테이블을 만들었다.
이처럼 특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테스트 스탠드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보인다. 스턱은 그 점에 대해, “건물 밖에 있으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이 스탠드에는 사실 하나의 완전한 발전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스턱은 실제 터빈 테스트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테스트 시설은 들인 비용에 비해 몇 배나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원하는 건 뭐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지만, 시뮬레이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턱은 알고 있다. 그가 훈련시킨 HA터빈만 모아도 한 분대는 된다. 9HA.02는 그린빌에서 네 번째로 훈련을 받는 특별한 터빈이 될 것이다. “고객들은 배송 전 터빈 테스트를 좋아합니다.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