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유럽혁명의 해라고 불리곤 하는 1848년, 여러 유럽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낡은 체제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은 정치적인 평등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당시 유럽의 도시와 마을마다 아름다운 시계탑이 있었으나, 그 시계들이 가리키는 시간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일관된 시간 체계가 없던 시기, 베를린이 자정일 때 비엔나가 몇 시일지는 독일 연방의 황제라 해도 알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지역의 현지 시각을 알기 위해서는, 오직 하늘을 보고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순간에 시계를 맞추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아인슈타인의 시계와 푸앵카레의 지도≫라는 책을 쓴 피터 갤리슨(Peter Gallison)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과 같은 표준 시각의 확립은, 전보와 기차 시간표의 발전 이후에야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스위스 베른에 있는 오래된 기차역은 이런 동기화된 시간 체계를 처음으로 사용한 건물 중 하나였다. 이 건물의 길 건너에 있던 특허 사무소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특허나 지적 재산권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우주적인 질문의 답을 찾고자 했다. 그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할 때, 이것이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내 시계가 가리키는 7시와, 다른 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를 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이끌었다.

동시성의 상대성을 표현한 애니메이션.
세 가지 사건(A, B, C)은 v=0으로 움직이는 관찰자의 기준 좌표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인다.
V=0.3c일 때 관찰자의 기준 좌표계에서는C, B, A의 사건 순서대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V=-0.5c일 때 관찰자의 기준 좌표계에서는A, B, C의 사건 순서대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흰 선은 관찰자의 과거에서 미래로 동시성의 장이 이동하는 것을 나타내며, 해당 시점의 사건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회색으로 된 부분은 관찰자의 광원 뿔을 나타낸다. 이미지 제공:Acdx
시간의 동기화는 시계탑 시간과 열차 운행표에서부터 여러 산업으로 퍼져나갔다. 정확한 시간 준수와 상대성을 가장 최근에 적용한 사례로는 배전(Power Distribution)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의 전력망에서 타이밍은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GE 디지털에너지의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리치 헌트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어긋난다면 계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송전선은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오늘날의 전력망은, 정확한 사용량 측정과 편리한 관리를 위해 디지털화되고 산업인터넷(사물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전력망을 운영하는 디지털 신호는 네트워크의 하드웨어를 거치면서 조금 지연되어, 그 결과 정확히 같은 시간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 실험에서 보여주었던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우주의 이미지. NASA 슈퍼컴퓨터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상상의 이미지에서는 블랙홀이 합쳐지는 3차원 시뮬레이션을 볼 수 있다. 이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중력파를 탐지하여, 우주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탐사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Image Credits: NASA
과거,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싸고 복잡한 아날로그 구리선 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GE의 엔지니어들은, 신호 지연을 발생시키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찾아냈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듯 그들은 “네트워크의 상대론적 효과를 고려”했다. 리치 헌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신호가 제어실을 빠져 나가는 시간까지를 신호에 포함시켰습니다. 신호의 도착 지점에 있는 장비에도 그 장비만의 시계가 있습니다. 이 장비들은 신호에 포함된 출발 시간을 고려하여 지연 시간을 파악하고, 이를 계산에 포함시킵니다. 우리는 네트워크의 장애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어 시간을 동기화한 셈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장비들이 GPS와 이어진 시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1억 분의 일초, 즉 100나노 초 내외의 오차로 장비들이 동기화될 수 있다. 이 정도의 오차는 정확도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떠올려 보자. GPS 위성은 높은 고도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날고 있기 때문에, 위성에서의 시간은 지상에서보다 약간 더 느리게 흐른다. 따라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상대성 이론을 고려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GPS 신호에는 하루에 최대 7마일 즉 11.27킬로미터만큼의 오차가 발생했을 것이다. 수많은 운전자와 여행자들은 순식간에 길을 잃을 것이고, 송전탑들 역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졌을 것이 틀림없다.
“전력 분배 업계는 시간 동기화 기술을 도입한 가장 마지막 업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GPS 시계를 이용하여 우리는 전력망의 여러 지점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원격 측정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