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기업들 사이에서, 산업인터넷(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같은 혁신 기술을 이해하고, 도입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직접 협업하거나 크라우드 소싱을 시도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기존에 축적한 핵심역량과 다른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예를 들어, 전문 인력이나 컨설턴트를 새롭게 고용하거나, 신기술의 도입을 위해 기존 직원들이 한동안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투자, 산업인터넷 기술로 이어져
산업인터넷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산업인터넷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73%의 기업은 아직도 산업인터넷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최근 제프 이멜트 GE 회장은 산업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이 10억 달러 이상(주문량으로는 13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런 GE도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하고 2030년까지 15조 달러 규모의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협력이 핵심입니다.” 이 말은 산업인터넷 솔루션의 최적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관련 기업들의 협력체인 산업인터넷 컨소시움(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IIC)의 리처드 솔리(Richard Soley) 경영이사의 이야기다. 차세대 산업인터넷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한 대기업과 소규모 스타트업 간의 공동 협력이 앞으로 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인터넷 솔루션의 최적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관련 기업들의 협력체인 산업인터넷 컨소시움(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IIC)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규모에서 큰 격차가 있으며, 본질에서도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다윗과 골리앗과같은 이런 파트너십이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이들은 서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대기업에서는 이미 (산업인터넷 솔루션 수요 창출을 위한) 시범 프로젝트와 (규모 확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통 플랫폼 부문에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이런 협력은 지속적인 산업인터넷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GE나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같은 대기업이 자신들의 산업(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스타트업에게 공개하는 일은 이젠 당연해 보인다. GE는 플랫폼을 공개한 것과 동시에 산업인터넷 스타트업 기업에게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GE벤처(GE Ventures)는 사이버 보안 관련 제품을 다루는 세타레이(ThetaRay)와 프레딕시온 소프트웨어(Predixion Software) 등 현재 7개 소프트웨어 및 분석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투자에서 일부는 기존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밖의 투자는 신생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거나 설립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솔루션을 찾아주는 오픈 이노베이션
비즈니스에서는 수시로 어려운 과제들이 출현한다. 이때 그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만 명의 데이터 과학자가 경쟁하고 있다면 그 효과가 어떨까? 샌프란시스코의 캐글(Kaggle)은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GE, 화이자(Pfizer), 페이스북 같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캐글은,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빅데이터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이 플랫폼에서는 보험회사가 보험가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270퍼센트 향상시키는 알고리즘 프로젝트를 경쟁에 부쳤다. 정확한 정보를 예측하는 것부터 인터넷 광고 클릭률 예측 모델까지 이 플랫폼에서 경쟁에 오르는 주제들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판매자들과 데이터 과학자들이 서로 경쟁해서 도출되는, 최선의 솔루션에 큰 보상을 제안합니다.” 캐글의 젊은 창립자 앤서니 골드블룸(Anthony Goldbloom)은 이렇게 말한다. 캐글에 올라온 경쟁에서 승리하면 주최한 기업으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 GE의 경우, 연료와 시간을 절약하는 실시간 비행 경로 최적화 솔루션을 찾는 “비행 과제”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전체 상금은 무려 25만 달러에 달했다.

GE의 경우, 연료와 시간을 절약하는 실시간 비행 경로 최적화 솔루션을 찾는 “비행 과제”를 제안한 바 있다.
참가자들은 여러 경쟁에 동시에 참가할 수도 있는데, 캐글에서 순위권이 높은 몇몇 참가자들은 해마다 3백만 달러 이상을 경쟁 상금으로 벌어들인다. 또한 참가한 데이터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순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더 좋은 결과를 거두려는 열의가 더 높아지고, 더 새롭고 색다른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커진다. 과학자들의 출신은 미국, 스페인, 독일, 우크라이나, 일본 등 수십 개국에 이른다.
얼마 전부터 캐글은 오일앤가스 기업과 함께 협력하고 있다. 지질학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최적화된 시추 방법을 정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골드블룸은 이렇게 크라우드 소싱으로 얻어진 예측 모델이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에게 자산이 될 것으로 본다. 기존의 에너지 분야 대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렸고, 그런 정보를 전문으로 다룰 직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오일앤가스 분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골드블룸의 말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그리고 헬스케어와 비영리 부분이나 정부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유사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크라우드 소싱 분야의 경쟁이 커지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의 가치를 이해하는 기업들은 이제 자신들의 혁신적인 핵심 기술을 노출하지 않고서 안전하게 최선의 솔루션을 구하고 싶어한다. 캐글은 그런 기업들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쟁자들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캐글에서 연결시켜준 선별적인 과학자 그룹과 함께 빅데이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닫힌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골드블룸은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이나 컨설턴트를 고용하면, 그들은 몇 번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안되면 문제 해결을 포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19만 명의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그들은 서로를 이기기 위해 솔루션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죠.”
미래를 위한 혁신의 필요성과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시대.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이나 열린 플랫폼을 이제 더 이상 꺼리지 않는 것 같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집단지성 등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유연하게 협력할 때 비로소 기술과 비즈니스의 성공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다들 깨달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