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이 예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면 의외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최근 CT 즉 단층촬영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이 음악 연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본다면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코네티컷 대학의 연구진은 이 두 가지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18~19세기의 옛 악기들을 다시 연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연구 덕분에, 19세기에 색소폰을 창시했던 악기 발명가 아돌프 색스(Adolphe Sax)가 만든 원형의 색소폰의 소리나 1770년의 리코더 소리를 다시 들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튜바와 같은 금관악기인 19세기의 오피클라이드의 연주도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단층촬영과 3D 프린팅 기술의 적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로버트 하우 박사는 의학, 화학, 음악을 모두 전공한 인물이다. 의사로 재직하면서도 계속 목관 고악기의 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최근에는 음악에 대한 흥미를 좀 더 학구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음악 이론을 전공한 리처드 바스 교수와 함께 음악가와 엔지니어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바로 미세단층촬영(micro-computed tomography, μCT)기술로 18~19세기 고악기의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로버트 하우 박사는 “이 연구의 목표는 고악기를 훼손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제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없애면서 더 나은 복제 악기를 만드는 법을 찾는 것입니다. 원본에 훼손하지 않고 측정하여 악기를 복제한다면, 원본을 더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한다.

토마스 카우잭이 제작한 1770년의 리코더.
아래쪽 관의 흰 부분은 시나 샤바즈모하마디(Sina Shahbazmohamadi)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했다.

(위 사진) 디지털 스캔 기술로 본 카우잭의 1770년 리코더의 아래쪽 관의 연결 부분. 금이 간 부분과 흠집이 보인다.
(아래 사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원본과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제작한 복제품. 흠집과 금이 없이 온전한 상태이다.
로버트 하우 박사와 연구진은 리코더를 엑스레이나 미세단층촬영 기술로 이미지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이용해 연구진은 해당 부분을 3D 모델로 만들어 복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3D 프린터로 인쇄해냈다. 소재를 겹겹이 쌓는 적층가공방식으로 고악기에 대한 거의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색소폰이나 리코더 같은 고악기들의 부분을 1/1000 밀리미터 수준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제, 수집가의 컬렉션이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수백년된 희귀 악기들을 파손하지 않고도, 그 소리를 오늘날에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18세기의 리코더, 다시 소리를 내다
연구의 초기 성공 사례로는 카우잭 리코더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우선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진품 리코더를 측정했고 장인(craftman)이 세 부분으로 구성된 새로운 리코더를 제작했다. 이 리코더는 마우스피스, 울림 구멍이 있는 공명관과 아래쪽 관으로 이뤄져 있다. 1770년 리코더의 아래쪽 관을 마이크로-컴퓨터 단층 촬영 기법을 통해 스캔한 결과 금도 가 있었고 뒤틀림을 비롯한 다른 결함이 발견되었다. 오랜 시간 사용되면서 원래의 목재가 낡았기 때문이다.
하우 박사 연구팀원인 시나 샤바즈모하마디(Sina Shahbazmohamad)가 설계한 프로그램과 적층가공기술(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3가지 종류의 리코더가 만들어졌다. 첫 번째는 진품을 손상이나 결함 부분까지 그대로 본뜬 것이었다. 두 번째 제품은 결함 부분을 바로잡은 것이었고, 마지막 세 번째 제품은 결함을 바로잡으면서 진품보다 더 가벼운 다공성과 밀도를 가진 것이었다.
샤바즈모하마디는 “고해상도 미세단층촬영 장비는 물체를 스캔하여 2차원의 단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악기의 부분 부분을 여러 번 스캔해야 합니다”라고 과정을 설명한다. “이 기계는 100만분의 1 절반 수준까지 측정해냅니다. 이 작업은 한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윗부분, 아랫 부분 등 여러 방향에서 스캔을 합니다. 그 후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이미지들을 연결합니다.” 이렇게 해서 리코더 각 부분의 디지털 이미지가 완성되면 스테레오리소그라피(Stereolithography, 광조형 기술) 파일이 생성되어 중첩이 가능해진다. 이를 이용하여 리코더 아래쪽 관의 3차원 복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우 박사는 장인이 복원한 마우스피스, 진품의 공명관, 스캔으로 복제한 아래쪽 관을 조립해 보았다. 진품 아래쪽 관 부분을 사용해 조립한 리코더와 결함을 교정한 아래쪽 관을 조립한 리코더는 악기 연주 결과 비슷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복제한 아래쪽 관을 사용하여 연주했을 때에는 리코더의 가장 낮은 톤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 소재가 가벼운 다공성(Porous)의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음을 낼 수 없었던 것은, 아래쪽 관 부분의 질량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밀도가 낮은 물질로는 복제품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목관 악기 연주자들은 나무와 플라스틱 재질의 차이도 악기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없어진 부품까지 만들어내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고악기의 유실 부분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코네티컷 대학의 연구진의 연구분야이다. 예를 들어 색소가 만들어낸 색소폰 몇 개가 현재 박물관에 있지만, 목재 마우스피스가 없기 때문에 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우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1846년 7월 색소는 프랑스에서 색소폰의 특허를 획득했는데 당시에는 베이스 색소폰용 마우스피스만 디자인했다고 한다. 다른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는 필요하다면 같은 비율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색소가 제작한 B플랫 테너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를 연구했다. 이 원본을 스캔하고 비례를 감안하여 다른 악기에 쓰일 마우스피스를 설계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이를 생산해냈다. 이제 다시 색소의 색소폰들이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은 악기를 보호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악기의 핵심 부분을 3D 이미지나 복사본으로 남겨둔다면, 악기가 도난 당한 후 다시 찾았을 때 대조해 볼 수 있겠죠 . 박물관이나 수집가들이 정밀한 복제품을 보관한다면 수집품들을 인증하고 보호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네티컷 음악대학 학장이자 코네티컷 고음악 축제 예술감독인 에릭 라이스는 “고악기들의 구조를 밝혀 소리가 나는 원리를 알아보고, 고악기들의 구조를 밝혀 소리가 나는 원리와, 소리의 완성도가 높은 원리를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고악기를 분해해 볼 수는 없지만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마치 분해한 것처럼 자세히 조사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해부할 수 없는 미라를 조사하는 것이나 비슷하죠.”라고 말한다.
이제 지난 세기의 음악들을 그 시대의 악기 소리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예전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디지털이미징기술과 첨단제조기술이 음악의 역사에서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