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다. 각 국가 대표, 참관인, 시민사회 참여자 등 4만여 명이 모였다. 지난 11월 중순 발생했던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당사국총회가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사막화가 대표적이다.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기후환경회의를 기점으로 전세계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과 유럽연합의 감축 목표, 그리고 국가별 목표 설정방식 등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긴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1위와 3위인,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중국과 인도가 감축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수립할 필요성이 급박해진 것이다.
이처럼 규제측면에서 인류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대응책 중의 하나로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은,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배출되기 이전에 포집하여 처리가 가능한 장소로 이동한 뒤, 지중에 저장하거나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다른 화학물질이나 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재사용하는 방법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란
2014년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에서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시설인 바운더리 댐(Boundary Dam)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바운더리 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매년 25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즉 CSS 기술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잠재적인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바운더리 댐이 인상적인 업적을 세우긴 했지만 이 댐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CCS기술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서는 CSS 기술과 관련된 수많은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원인 중 하나로 CCS 시설을 설립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CCS 기술을 더 빨리 향상시키려면 재원 마련, 정부의 강력한 탄소 정책 및 규제 등 해당 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충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CCS 기술은 화력 발전소와 같은 산업 시설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송을 위해 압축한 후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한다. “이 기술은 충분히 유용하지만, 대중의 기대와 규제 기관의 요구사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오염 방지와 환경 적합성을 입증하는 선행 연구를 거쳐 위험을 더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캘거리 대학교 지구물리학 교수이며 오염방지 및 감시연구소 (Containment and Monitoring Institute, CaMI) 임원인 돈 로턴(Don Lawton)의 설명이다. 그는 바운더리 댐과 에트먼턴(Edmonton) 근처에 위치한 쉘 캐나다(Shell Canada)의 퀘스트 CCS 프로젝트(Quest CCS project)를 “CCS 기술이 실현된 좋은 사례”로 들고 있다.
글로벌 CCS 연구소(Global CCS Institute)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현재 운영중인 대규모 CCS 프로젝트는 바운더리 댐을 포함 14개이다. 캐나다 내 최초의 오일샌드(Oil Sands) 시설을 위한 CCS 프로젝트인 쉘 캐나다의 퀘스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현재 8곳 이상이 건설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총 22개의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매년 약 4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 밖에도 개발 단계에 있는 13개의 다른 대규모 CCS 프로젝트, 현재 계획 중인 12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있다.
글로벌 CCS 연구소는 앞으로 상업적 규모의 시범 프로젝트를 온라인상에서 더욱 활발히 실현하기 위해 “상당한 재정적 투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재사용 비용을 절감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CCS 기술은 어떻게 가능할까?
CCS 기술은 이산화탄소 폐기물을 포집하여 압축한 후, 선박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되고 지하 1.5~2킬로미터의 깊은 바위층에 저장된다. 저장은 “지질학적으로 조용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데, 단층선이나 화산이 없는 지역으로 근방 지역 사회의 식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는 이산화탄소 저장에 적합한 지역으로 앨버타주 남부, 서스캐처원주 중부, 노바스코샤주 일부가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과 비슷한 기술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오일앤가스, 정제, 화학 플랜트 부문에서 사용되어 왔다.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는다는 목적에 맞춰 관련 기술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런던에 위치한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협회 (Carbon Capture and Storage Association) 대표 루크 웨렌(Luke Warren)은 이렇게 설명한다.
탄소 포집에는 세 가지 주요 기술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용액 속에 흡수시키는 연소 후처리(Post-combustion), 석탄이나 가스를 선처리하여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혼합물로 변환시킨 후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연소 전처리(Pre-combustion), 공기 대신 산소로 석탄과 가스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더 쉽게 분리시킬 수 있는 농축된 이산화탄소 스트림을 만드는 순산소 연소(Oxycombustion) 등이다.
바운더리 댐에서는 연소 후처리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곳은 연소 후처리를 사용하는 최초의 석탄화력 CCS 프로젝트이다. 이 댐은 캐나다 서스캐처주 에스터밴(Estevan) 근처의 발전소 내 노후 시설을 개조해 장기적인 전기 생산 시설로 만들어졌다. 바운더리 댐을 통해 매년 1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되었다(이는 25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연소 후처리 프로젝트에는 2018년 착수 예정인 중국의 시노펙 성리 발전소 프로젝트(Sinopec Shengli Power Plant Project)와 2019년 착수 예정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탄소 포집 저장 프로젝트(Rotterdam Opslag en Afvang Demonstratie project, ROAD)가 있다. 연소 전처리 기술은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룰라 오일 필드 CCS 프로젝트(Petrobras Lula Oil Field CCS Project)와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이산화탄소 저장 프로젝트(Sleipner CO2 Storage Project)에서 사용되고 있다. 순산소 연소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며 상용화는 되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글로벌 CCS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2050년까지 에너지와 관련된 이산화탄소 총 감소량에 CCS 기술이 14%정도 기여할 것이다.
“정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자 한다면 수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해야 합니다. 수백만 톤도 충분하지 않죠.” CaMI의 로턴은 프로젝트 개발의 장애물인 높은 비용을 언급하면서 탄소 저장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GE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에서 발전소용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솔루션의 대규모 파일럿 테스트를 위해 약 100만 달러의 기금을 수령했다. GE의 화학자들은 아미노 실리콘 화합물을 사용한 용액을 개발했다. 이 용액은 헤어 컨디셔너와 섬유 유연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발전소의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가스와 반응하고 굴뚝을 “씻어 내며”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수십 년동안 전세계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더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GE 오일앤가스 테크놀로지 센터(Oil and Gas Technology Center)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분리 부문 기술을 담당하는 필 디피에트로 (Phil DiPietro)의 이야기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발전소에서 어떻게 이 용액을 활용할 수 있을지를 훨씬 거대한 규모로 테스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펨비나 연구소(Pembina Institute)가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런 신기술 덕에 CCS 운영비를 매년 3~6% 감소시킬 잠재력이 있으며, 덕분에 오일샌드에서 장기간으로 CCS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오일샌드 시설 중 40%에 CCS 기술이 도입된다면 금세기 중반까지 오일샌드 내 연간 배출량이 현재 대비 두 배 정도 안정될 것이라고 펨비나 연구소는 예측한다.
또한 펨비나 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환경 보호, 저공해 생산기술 도입, 효율성 향상,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 화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수단과 CCS를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연간 지역별 배출량을 현재 수준 이하로 감소시키고 오일샌드 생산을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