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면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질병진단을 위해 CT나 MRI 촬영을 몇 번씩 경험하곤 한다. 이런 검사들이 검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는 점은 잘 알지만, 그 촬영 과정들이 아무래도 편하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촬영 과정은 기계에 몸을 맞춰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기계의 위치에 맞춰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 할 때도 있고, MRI라면 좁고 답답한 촬영장비 안으로 들어가는 부담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불편함이 수년 안에 사라지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GE의 연구진들이 바로 “헬멧” 형 웨어러블 고해상도 뇌 영상진단 장비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장비는 세포 수준의 진단까지 가능한 고성능 촬영이 가능하다. 이 휴대용 장비 덕분에 환자들은 뇌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는 도중에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고, 그동안 의료진이 뇌의 신경 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GE글로벌리서치의 진단•생물의학 기술 부문 글로벌 디렉터인 나딤 이샤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술 개발이 성공한다면, 정상/비정상 상황의 뇌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질 것입니다. 영상의학 기술의 기념비적인 업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뇌를 이해하려는 노력
GE의 웨어러블 뇌 촬영 기술 프로젝트는 2013년 4월부터 시행된 오바마 정부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뇌를 촬영하여 그 기능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부터, 알츠하이머•자폐증•뇌졸중 등의 뇌질환과 기능장애를 연구•치료•예방하는 방안을 찾는 영역에 이른다. 2014년 9월, 미국 국립보건원은 기업, 대학, 재단, 정부기관이 공동으로 4,600만 달러를 “인간의 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신”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공동연구에 GE, 구글, 시몬스재단, 미 국방 첨단과학 기술 연구소, 미 식품의약국 등이 참여한다고 한다.
프랜시스 S.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장은 “인간의 뇌는 가장 복잡한 생물학적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뇌의 기능이라는 비밀에서 겨우 표면만 긁적거리고 있는 수준입니다. 안타깝게도, 뇌질환이나 장애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헬멧” PET 스캐너가 사용하는 실리콘 광전자 증배기(silicon photo multipliers, 사진 오른쪽)라는 새로운 수준의 탐지기는 기존 PET에 사용되는 부피가 큰 감지기(사진 왼쪽)를 대체할 것이다. 새로운 감지기 덕분에, 환자의 머리 모양에 잘 들어맞으며 더 가볍고 고해상•고감도인 스캐너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GE는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 워싱턴 대학,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의 연구진과 함께 헬멧형 뇌 영상진단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비는PET(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 방식을 통해 개별 세포 단위까지 촬영할 수 있으며, ‘잘못 접힌 단백질(Misfolded Proteins)’이나 다른 신경질환의 징후를 찾아낸다. 이샤크는 “오늘날의 영상의학 기술로는 중요한 뉴런과 교질세포군의 많은 수를 아직 탐지해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웨어러블 헬멧형 장비는 뇌가 어떻게 순환하고 어떻게 조직화되는지 이해하게 해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뇌의학의 미래를 바라보며
뼈나 장기 같은 물리적 구조를 촬영하는 장비인 X-레이나 MRI와는 달리, PET는 인체의 기능을 진단해낸다. 의료진이 먼저 환자에게 추적자 물질을 주사하면 그 물질이 타깃 조직에 가서 붙는다. 이 물질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어, 의료진이 그 신호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 GE 글로벌리서치에서 기능 영상 연구를 하고 있는 라빈드라 만제슈와는 “이 방식으로 암세포를 분리하여 관찰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PET는 현재 암의 전이와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GE의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추적자 물질은 뇌진탕시에 발현되는 신경염증을 일으키지 않으며,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아밀로이드반(Amyloid Plaque) 및 타우 단백질 부작용이 없다.
웨어러블 헬멧형 장비의 초고감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진단에 필요한 추적자 물질의 양 자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샤크는 “이 장비에 쓰이는 추적자 물질은 ‘극소량’이기 때문에 환자의 방사선 노출 정도가 국내선 탑승시의 노출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반면 결과는 고해상도 이미지가 가능하죠.”라고 설명한다.
만제슈와는 이 새로운 기술로 인해 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과학자들의 지식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는 아직도 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PET영상은 아직 흐리고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하면서 분자 민감도를 수천 배 개선할 수 있습니다.”
헤드헬스이니셔티브챌린지II 수상결과발표
GE, 언더아머, 미식 축구 리그(NFL)는 “헤드 헬스 이니셔티브 챌린지II”에서 우승한 7팀을 발표했다. 각 팀에게는 상금으로 50만 달러가 제공되며,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발전을 성취하며 상업적 잠재성이 있는 5팀에게는 추가로 100만 달러가 지원된다. 7팀이 제시한 참신한 아이디어는 운동선수나 군인과 보통 사람들의 뇌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우승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선구적인 노력은 아래에 등장하는 7편의 짧은 영상에 잘 나타나 있다. (링크)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을 소개한다. 에모리 대학과 조지아 공과 대학교의 연구진과 공학자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뇌진탕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장비의 시제품을 개발했다. iDETECT라는 이름의 이 휴대용 장비는 운동경기의 대기실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이 제품은 헤드셋과 선수의 증상•인지능력•균형•눈의 움직임 등의 상태를 신속히 진단하는 손에 들 수 있는 휴대용 장비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애미 대학의 밀러 의과대학과 피츠버그 의과대학, 뉴로키네틱스는 공동으로, 안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고글을 개발하고 있다. I-Portal® PAS 고글은 실시간으로 가벼운 뇌손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뇌진탕을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뇌손상에 대한 연구는미 국방 의학 연구 및 물자사령부와 미 국방부 산하 HCE(Hearing Center of Excellence)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