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깨끗한 물이 나오는 편리함이나, 뜨거운 샤워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즐거움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실 물이나 생활에서 쓰이는 물 이외에도 농업이나 공업을 위한 산업용수, 발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등 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높아질 실정이다. 물 부족 현상도, 그에 대한 위기의식도 더불어 높아가고 있다. 물 부족에 대한 위기감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지역 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미와 남미에 큰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간절한 상황이다.
잃어버리는 물이 너무 많다
물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일만큼이나, 있는 물의 흐름을 제대로 알고, 최대한 알뜰하게 이용하자는 움직임이다.
누수율과 유수율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수치다. 유수율이란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가정에 도달하기까지 보존되는 비율을 말하고, 누수율은 그 반대로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물의 비율을 말한다. 상수도 시스템에서 의외로 누수로 인해 손실되는 물의 양이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비효율적인 상수도 시설로 인해 유실되는 물의 양이 엄청나다. 수도관을 통해 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물이 새거나 심하게는 도둑을 맞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누수량은 평균적으로 전체 상수도양의 20%, 나이지리아 같은 개발도상국은 무려 75%의 누수율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2013년 상수도의 누수율은 전국 평균 10%를 웃돌았고, 특정 지역의 경우 무려 80%의 누수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유수율이 94.7%라는 양호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역 곳곳의 상수도 설비는 앞으로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물관리를하면 연간 수십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는 세계적으로 1년에 무려 14조 원의 손실이 누수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한다.또한 현재 개도국의 인프라 시설 관련 적자는 연간 118조 원정도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물 수요가 2050년까지 55%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에서, 상수도 체계의 비효율을 바로잡는 일은 전체 수자원 관리에서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물을 절약하게 해주는 빅데이터 기술
하드웨어 측면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하면 물의 흐름을 현재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계적인 방식이 아닌 초음파 계량기를 이용해서 물의 흐름을 파악한다면, 시설에 대한 유지 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하면 물의 흐름에 일어난 아주 작은 변화도 감지할 수있게 된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계량기를 활용하면, 기계끼리 정보를 주고 받아 물의 흐름이 최적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며, 정비가 필요한 시기도 기계가 미리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술은 몇 개의 선진국에서나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일하거나 적은 수의 수원(水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개발도상국, 특히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이런 기술이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방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컴퓨터 관리 운용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면서도 더 많은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 분야가 창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벤처 기업 타카두(TaKaDu)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물 사용 패턴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타카두 솔루션은 수자원 공급망의 실시간 감시를 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안전하게 타카두 서버로 전송되며 다양한 방식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 TaKaDu
기존 시스템에서는 대부분 수자원 시설의 데이터만 분석했는데, 이제는 이 데이터를 수자원 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수자원부는 민관이 공동으로 다양한 곳에서 수집한 제방의 압력•수위•기상 정보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홍수 등의 재난을 관리•예방하고 있다.
물 절약, 경제적 효율로 이어진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자원의 쓰임을 예측하게 되면, 세계 담수 소비의 70%를 차지하는 농업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열 발전으로 작동되는 모니터 시스템으로 그 지역의 기상 상태를 예보하며, 토양이 메마른 정도와 작물 종류를 확인하여 정보를 전송해주는 식이다. 사람이 일일이 찾아가서 돌보지 않아도, 원격으로 편리하게 정보를 분석하고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래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런 시스템이 이미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농가의 수자원 관리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
수자원의 관리가 최적화되면 관련 비용 역시 여러 모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은 합리적으로 관리되는 상수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되고, 공급자들 역시 사용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빅데이터 기술은 공급자-사용자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인프라인 수자원을 더 섬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쉽게는 스마트폰으로 수도요금을 납부할 수도 있고, 이런 지불 정보를 통해 특정한 급수원의 공급과 소비 상태를 분석할 수도 있다. 이런 원격 모니터링과 빅데이터 분석 등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면 사회 인프라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 사회의 인프라는 그 사회를 움직이고 유지하게 만드는 시설이다. 그것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할 때 사회 곳곳에 체증으로 인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수자원에 대한 위기의식과 관리의 필요성은 전지구적인 문제이지만, 경각심을 가지는 것만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다.
빅데이터 기술 자체로 가뭄을 막거나 지구의 사막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어떻게산업에 활용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산업과 사회 구조 여러 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고, 전지구적 자원인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미래 인류의 삶은 한결 나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