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문득 가로수들이나 멀리 보이는 산의 나무들에 단풍이 든 것을 보고 ‘가을이구나!’하며 깨닫기도 하고, 여름 옷을 입었는데 춥게 느껴질 때, 낮이 어느 순간 짧아져 며칠 전보다 조금씩 더 빨리 어두워질 때도 가을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가을을 대표하는 색깔이라면 하늘의 푸르른 색, 붉고 노란 단풍의 색깔, 고개를 숙인 들판의 황금색 등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핑크’와 함께 가을을 느끼기도 한다.
10월은 ‘핑크 리본’의 달이기도 하다.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핑크 리본’ 캠페인에 익숙해진 것 같다. 10월이 되면 여러 곳에서 핑크 리본과 관련된 행사나 이벤트가 열리고, 핑크 리본을 달고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사진이 보도되곤 한다. 여기에서 핑크 리본과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10월에 유방 촬영의 날이 있다는 점이다. 10월 세 번째 금요일이 바로 그날이다.

“핑크리본 보며 유방암 퇴치 기원해요!” GE코리아 직원 및 가족이 청계광장에서 열린 ‘헬씨메지네이션 워크’에서 휴먼 핑크리본을 만들고 유방암 인식 향상을 기원했다.
유방암은 많은 여성환자(드물기는 하지만 일부 남성 환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더구나 최근 한국유방학회가 발표한 ‘유방암백서 2014’(링크)에 따르면 한국의 유방암 발병률이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었다. 2008년10만 명 당 38.9명이던 한국의 유방암 발생률은 2012년 52.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10만 명 당 발병률 일본 51.5, 북한 36.8, 중국 22.1, 몽골 9.4) 하지만 다행히도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발병 환자 10만 명 당 사망 6.1명을 기록했다. 미국의 14.9명이나 일본의 9.8명에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유방암의 높아진 발병률과 상대적으로 낮은 사망률의 원인에 관해 여러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믿을 만한 분석 결과 한 가지는, 유방암에 대한 정기 검진과 조기 발견이 사망률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유방암, 높은 발병률에 비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GE헬스케어에서는 세계 ‘유방암 인식의 달’인 10월을 맞아 ‘건강 증진을 위한 인식의 중요성-유방암에 대한 인식 조사’ 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인 1000명을 포함 세계 10국의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 결과 한국인들의 유방암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의외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인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치밀유방’과 유방암의 관계였다. 한국 여성들은 다른 나라 특히 구미의 경우보다 치밀유방의 비율이 높다. 40대 이상의 여성들에서 90% 이상이 치밀유방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비해 이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상식이 부족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성의 가슴은 유선 조직과 지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치밀유방은 이 유선 조직이 지방에 비해 많으며 밀도가 높은 경우를 말한다. 치밀유방이라는 말 자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젊은 여성들에게서 치밀유방이 더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면 줄어든다는 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게다가 치밀유방이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여성들도 꽤 많다.
치밀유방의 확률이 높은 한국이지만, 여기에 대한 정보나 상식은 부족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치밀유방에 대해 보거나, 듣거나, 읽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또한, ‘치밀유방과 유방암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도 19%로 10개국 중 4번째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밀유방이 유방암 진단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21%에 그쳤다. 오히려 ‘치밀유방이 유방암 진단을 돕는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6%로 10개국 중 러시아 (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 한국인의 치밀유방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족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이는 아마 유방의 건강과 질병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문화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한국 여성들은 유방이나 자궁 같은 여성 관련 기관들의 건강에 대해 말하기를 쑥스러워한다. 남자들이 있는 자리나 남자 의사 앞에서 이런 문제를 말하는 것을 수줍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끄러워하기만 해서는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여기에서 알기 쉬운 Q&A 형식으로 전문가를 통해 유방암과 치밀유방에 대한 상식을 알아보도록 하자. 여성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귀중한 정보를 접한 남성이라면, 이런 내용을 연인이나 아내에게 슬쩍 건네주는 센스를 발휘해도 좋지 않을까?
Q. 치밀유방이란 무엇인가요?
A. 치밀유방은 유방 내에 지방 조직보다 유선 조직이 많은 것을 말합니다. 암 조직과 유선 조직은 둘 다 유방암진단 장비인 맘모그라피에서 흰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밀유방이 있는 여성의 경우엔 암 진단이 어려울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Q 치밀유방은 정상인가요? 치밀유방과 암 발병률은 관계가 있나요?
A. 치밀유방은 정상입니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의 문제라서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여성의 1/3이 치밀유방이라고 하는데 동아시아 여성들에게서 치밀유방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치밀유방이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2~6배나 더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맘모그라피 판독이 까다로우니만큼 치밀유방을 가진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유방암을 진단하기에 제일 좋은 방법은 무엇입니까? 치밀유방이 있는 여성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현재로서는 여전히 맘모그라피 검사가 우선입니다. 문제가 의심될 때에는 초음파 진단을 병행하게 되는데요.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은 아무래도 맘모그라피만으로는 안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18개 주에서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에게는 해당 사실을 알리고 다른 대안적 검사 방법을 권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맘모그라피는 하지 않고 초음파 진단만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방법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방암의 초기 징후 중 하나인 석회화 같은 경우 맘모그라피를 통해 더 잘 알 수 있으니까요. 두 방법을 함께 보완해서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카페인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A. 유방암의 원인은 상황마다 다릅니다. 여성 호르몬은 유방암과 관련도가 높고 유전적요인의 관련성도 큰 편입니다. 그 외에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지방 섭취 증가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만, 임신과 수유 경험 등과 유방암의 관련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살이 찌거나 빠지면 유방암과 관련이 있습니까?
A.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 조직 내의 암을 발견하는 것이 더 쉬워지기도 합니다. 반면 살이 빠지면 지방이 줄어들어 맘모그라피 상에서 암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Q. 치밀유방은 위험한가요?
A. 치밀유방 자체가 위험하거나 병인 것은 전혀 아닙니다. 치밀유방의 경우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있습니다. 의사들은 20대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 초음파 진단을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여성들 가운데 치밀유방인 사람들은 맘모그라피 진단만으로 안심하거나 확신하지 말고, 보완적인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방암은 초기에 진단할 경우 95%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국유방학회에서 발표한 것처럼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낮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평소 규칙적이고 현명한 건강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GE헬스케어 코리아는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인 비너스회와 함께, 화상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유방암 환우 분들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유방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치밀유방 인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유방암 조기검진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공유했는데요, 찬찬히 살펴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