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흉(Pneumothorax)은 마치 물에 빠지는 것과 같다. 이는 폐의 손상으로 폐와 흉벽 사이 공간에 공기가 차오르는 증상으로, 폐에서 흘러나와 환자의 체내에 갇힌 공기는 폐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는 공기주머니를 만든다. 이 주머니에 든 공기가 많아질수록 환자의 폐가 팽창할 공간은 줄어들고, 그만큼 호흡은 어려워진다.
미국에서만 매년 74,000여 명이 기흉으로 고통받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흉은 진단만 빠르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 몸속에 생긴 공기주머니에 바늘이나 튜브를 집어넣어 공기를 빼내면 폐에 가해지는 압력이 빠르게 줄어든다.
문제는 진단이 나오지 않았을 때다. 호흡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기흉인지 불확실한 경우에는 치료에 나설 수 없다. 호흡이 곤란한 느낌은 폐렴, 심장 질환, 혹은 공황 발작으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의사는 기흉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우선 기계적으로 방사선 촬영을 처방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X선을 촬영하고 이를 읽는 데까지 2~8시간이 소요되며, 그 사이에 기흉이 점점 심각해져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도 이를 수 있다. GE헬스케어의 X선 사업부 사장 겸 CEO 지에 쉬에(Jie Xue)는 “현재 촬영분의 62%가 ‘STAT(즉시)’ 다시 말해 ‘긴급 진단’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이 모두가 시급한 케이스는 아닙니다.”라며 “이와 같이 긴급성을 과장한 표기 관례가 실제로 시급을 다투는 환자에 대한 처리 지연을 유발하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미국 UCSF(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및 외상센터(Zuckerberg San Francisco General Hospital and Trauma Center)의 외과의이자 디지털 건강 혁신 센터(Center for Digital Health Innovation)의 데이터 과학 디렉터 레이철 콜컷(Rachael Callcut) 박사는 기흉의 이러한 불확실성이 X선 결과물을 판독하는 인공지능(AI)을 위한 완벽한 테스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콜컷 박사는 말한다. “진단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환자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AI 조기 경보 탐지 시스템을 활용하면 환자에게 더 빠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콜컷 박사는 GE헬스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이동형 X선 장치에 내장되는 알고리즘 모음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Critical Care Suite)’ 개발에 참여했다. 2019년 9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는 인공지능 사용을 허가했다. 이제 의사들이 소프트웨어를 시험 활용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 초부터는 보다 많은 병원에서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GE헬스케어 모바일 방사선 및 AI 부문 총괄 책임자 케이틀린 나이(Katelyn Nye)는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다행이라고 말한다. “방사선 전문의와 기술자들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드디어 통과한 것입니다.”
방사선 전문의는 X선 사진을 주의 깊게 한 번에 한 장씩 살필 수 있다. 반면 AI는 몇 분 내로 수백 장의 이미지를 분류하고 그 중 의심 가는 부분이 있는 사진에 대해서만 알림을 준다.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의 알고리즘은 기흉을 앓는 폐와 건강한 폐의 사진 수 천장을 이용해 훈련되었고,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징후를 식별하도록 가르쳤다. 이 과정은 어린이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 “고양이”라고 적힌 단어를 가리키며 “고양이”라고 말하는 과정을 충분히 반복하며 단어를 익히도록 돕는 것이다.
알고리즘 훈련에 사용된 이미지는 다양한 종류의 X선 촬영물을 선별한 것으로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베들레헴, 펜실베니아, 그리고 뉴델리의 병원에서 제공받았다. 이를테면 인도에서는 X선을 조금 더 멀리서 촬영하는 경향이 있어 이따금 환자의 팔까지 찍히곤 한다.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부가적인 요소는 무시하고 폐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알고리즘이 FDA 표준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GE는 방사선 전문의 2명이 800회의 검사 결과물을 판독하여 기흉의 유무 여부와 만약 기흉이 식별된다면 그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판독하는 임상 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동일한 검사를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로 진행했다. 이 실험을 통해 알고리즘이 anvAUC(곡선 아래 면적) 0.99인 큰 기흉과 AUC 0.94인 작은 기흉을 발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이 알고리즘이 올바른 판독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척도라 볼 수 있다. GE헬스케어 사장 겸 CEO 키어런 머피(Kieran Murphy)는 관련하여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영상의학 방식인 X선이 (AI 덕분에) 매우 스마트해졌고, 곧 다른 장치로 확산될 것입니다.”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는 이미지를 방사선 전문의에게 보내기 전 기술자가 이미지 품질 관리에 소요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세 가지 추가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첫 번째 알고리즘은 스캔을 올바른 방향으로 자동 회전시킨다. 두 번째 알고리즘은 기술자가 올바른 프로토콜을 사용했는지 확인한다(예: 복부가 아닌 흉부를 촬영한 건 아닌지). 세 번째 알고리즘은 폐의 모든 영역이 촬영 되었는지 확인한다. 케이틀린 나이는 “환자의 침대 옆에서 (촬영 후) 이러한 오류를 바로 잡아내, 기술자가 이미지를 바로 다시 촬영하거나 이미지를 재처리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는 기흉 외의 폐 질환을 판독할 수 있는 더 많은 알고리즘을 갖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더 신속히 진단해 더 빨리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크리티컬 케어 스위트 개발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성 루크 대학 네트워크 병원(St. Luke’s University Health Network), 캐나다 토론토의 험버 리버 병원(Humber River Hospital), 인도의 이미지, 신경학, 유전학 고등 연구를 위한 마하잔 이미징 센터(Mahajan Imaging’s Centre for Advanced Research in Imaging, Neuroscience and Genomics)가 파트너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