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5월 베이커휴즈GE 고객솔루션센터(CSC) 개소식의 모습
미국 오하이오주의 땅은 수백만 년간 바다생물로 가득했던 곳으로 현재에는 화석을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발굴 장소가 되었다. 특히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은 신시내티 교외의 트레멀 화석공원으로 매일 망치와 양동이를 든 고고학 애호가들이 신시내티의 공인 화석인 불가사리의 먼 친척인 이소로퍼스(Isorophus)등을 발굴하러 찾아온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의 유물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 바로 제조업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다.
화석공원 주차장 옆에 세워진 흰색의 심플한 공장 건물 안에서 ‘제조업의 미래’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 건물은 적층제조(3D프린팅) 기술을 미국 최초로 실현한 기업 중 하나인 모리스(Morris) 테크놀로지의 본사였다. GE항공이 모리스 테크놀로지를 인수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해, 그 자리에 또다른 미래지향적 사업을 추진하는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온 것이다.
2018년 5월, 베이커휴즈GE(BHGE) 비파괴검사 기술 사업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객솔루션센터(CSC: Customer Solutions Center)를 개소했다. 이 센터는 강력한 X선 장비, CT스캐너, 초음파 및 기타 검사 장비 등을 이용하여 3D 프린팅 부품의 숨겨진 결함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이런 검사 장비들은 기존 생산 및 조립 라인과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
베이커휴즈GE 비파괴검사 기술 사업부의 홀거 라우벤탈(Holger Laubenthal) CEO는 “바로 이 건물에서 적층제조 기술이 시작되었기에, 마치 고향에 다시 돌아온 느낌입니다. 오늘 우리는 3D 프린팅이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고, 적층제조 업계가 3D프린트 부품을 신속하게 검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GE, BMW, 보잉 등의 기업은 이미 수천 개의 부품을 금속 3D 프린터로 제조하고 있습니다. GE항공의 신형 CATALYST 엔진은 부품의 25% 이상을 적층제조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GE, BMW, 보잉 등의 기업은 항공기, 자동차 및 기타 산업 장비용으로 이미 수만 개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자유도가 커졌기 때문에, 부품 설계자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부품을 하나의 부품으로 통합하여 설계할 수 있게 되었고, 컴퓨터 파일에서 바로 금속 분말을 한 층씩 적층하여 제조할 수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수준의 성능과 효율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적층제조 기술의 장점도 크지만, 3D 프린터로 생산된 부품은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부품의 특정 부위의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검사가 어렵다.
미식축구장 절반에 달하는 크기의 고객솔루션센터에는 이미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전 세계 고객 및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베이커휴즈GE는 향후 아시아, 미국, 유럽에도 동일한 비파괴검사 기술 사업부의 고객솔루션센터를 세울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신시내티 센터가 중심이 되어 GE항공 및 다른 고객사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생산 라인의 속도를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모든 부품을 전수 검사할 수 있는 검사 서비스, 교육 및 응용 사례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홀거 라우벤탈 CEO는 “신시내티의 고객서비스솔루션센터에는 GE의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으며, 고객들을 위한 교육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유일무이한 곳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시설을 세계 곳곳에 세우고 싶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있는 곳에, 우리의 고객이 있는 곳에, 거점을 둘 것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산업용 CT스캐너는 140킬로전자볼트(keV)에 달하는 고에너지로 엔진의 실린더헤드 같은 부품을 15초만에 스캔한다. 베이커휴즈GE는 고밀도 금속 3D 프린팅 부품까지도 투과하는 6메가 전자볼트(MeV)로 동작하는 장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
건물 내부는 마치 기계를 전문으로 진단하는 병원과도 같다. 강철을 철저하게 검사할 수 있는 고에너지 CT와 X선 장비뿐만 아니라, 최신 제트 항공기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소재의 부품 검사에 사용하는 휴대용 초음파 시스템 등이 설치 되어있다.
사실 이러한 비파괴검사 기술은 광범위한 용도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항공 및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 부품을 검사하고, 전자 산업에서는 마더보드 및 배터리도 검사할 뿐만 아니라, 일부 고객은 치과용 임플란트의 품질을 확인하거나 심지어 치즈의 숙성 정도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역사가들은 미술품을 감정하여 오래된 그림 아래에 더 오래된 그림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조사하거나, 1,600년전의 고문서를 해독하기 위해 비파괴검사 기술을 사용하기도한다.
베이커휴즈GE의 방사선 촬영 및 CT 부문 총책임자인 아룬갈라이 안바라스(Arungalai Anbarasu)는 “고객이 다양한 만큼 그 응용 분야도 매우 다양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안바라스는 고해상도 이미지가 중요한 고객도 있는 반면, 특히 자동차나 항공 산업에서는 부품의 전수 검사를 원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처럼 엄격한 조사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생산 라인이 정체될 수 있어 검사가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베이커휴즈GE는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자동차 제조사의 특정 검사 공정을 무려 8시간에서 4분으로 단축하는 데에 성공하여 검사 속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안바라스는 “수많은 부품을 조기에 검사하여 폐기율을 50%나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가 제조사에게 얼마나 획기적인 일이었을지 상상이 가시나요?”라고 묻는다.

고고학자들은 고문서나 이러한 중세의 검과 같은 무기를 해독하기 위해 베이커휴즈GE의 강력한X선 촬영과 CT스캐너를 사용하고 있다.
안바라스는 베이커휴즈GE 비파괴검사 기술 사업부가 센서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검사 공정 속도를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비파괴검사 기술 엔지니어들은 하루에도 수 만 건의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기계학습(머신러닝)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하루에 5만 건의 스캔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를 위해 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검사 화면 앞에 앉혀 두고 체크만 하게 할 수 있을까요?” 마티아스 헤일먼(Matthias Heilmann) 베이커휴즈GE 디지털솔루션 사업부 사장 겸 CEO가 묻는다.
헤일먼과 라우벤탈의 팀은 이미지 검사를 자동화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헤일먼은 “우리는 3차원 수준의 결함 검출 검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서로 다른 계층 간의 상호의존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의 가장 큰 도전 과제입니다. 렌더링 속도를 높이고 이미지 인식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신뢰성 및 제품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 부품을 100 % 스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그것이 제가 바라는 미래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베이커휴즈GE 팀은, 1896년 최초의 X-선 장비를 개발한 이래로 지금까지 스캐너를 제조해 온 GE헬스케어 사업부 그리고 현대 의료 영상 기술에 공헌한 GE글로벌리서치의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헤일먼은 “지금은 누구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베이커휴즈GE가 해내는 모습에 저는 항상 감동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GE는 20년 전 비파괴검사 기술과 관련된 기업을 인수하고, 2017년에는 베이커휴즈GE 디지털솔루션 사업부에 편입시켰다. 디지털솔루션 사업부는 센서와 상태 감시 기술을 개발하는 벤틀리 네바다(Bently Nevada), 이미징 장비 제조사 사이퍼트(Seifert) 및 phoenix|x-ray 등 우량 첨단 기술 기업들이 모였다.
phoenix|x-ray는 병원용 장치의 몇 배에 달하는 고에너지인 140킬로전자볼트(keV)를 발생시키는 CT 스캐너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안바라스의 팀은 이미 고밀도 3D 프린팅 부품까지도 관통할 수 있는 6메가전자볼트(MeV)에서 작동하는 장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비파괴검사를 연구한 안바라스는 13년 전에 GE에 입사하여 GE의 연구실 및 기타 산업 분야에서 수년간 지낸 후, 라우벤탈 CEO에 의해 산업 CT 검사 및 방사선 촬영 시스템의 리더로 임명되었다.
라우벤탈 CEO는 “기존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핵심 기술에 대한 지식도 도움이 되지만, 이 분야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