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싱가포르의 교사 앤 비빙스(Anne Bibbings)는 정차된 버스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녀의 목적지는 버스 안에서 유방조영술(mammogram)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전 세계의 의료 전문가 집단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유방암 재단(Singapore Breast Cancer Foundation)은 만 40세 이상 여성에게는 매년, 5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번씩 유방조영술을 권고하고 있다. 싱가포르 의료 영상 및 검사 부문 공공 1차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인 NHGD(National Healthcare Group Diagnostics)의 콩큼인(Kong Kum Yin) 사업개발부 책임자는 “4기를 진단받은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은 21%에 불과하지만, 1기와 같은 초기 단계의 유방암 생존율은 90%에 달합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권고를 따르는 여성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방암은 싱가포르 여성 사이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하지만 연례 검진을 받는 인원은 40%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유방암 발병률은 지난 40년 동안 두 배로 늘었으며, 매년 약 1,930건의 신규 진단 환자와 약 4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콩큼인 말한다. “현재 싱가포르의 (유방암 관련) 통계를 보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빙스 씨는 싱가포르 보건 당국이 보다 많은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암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이 도입한 첨단 기술 버스 캠페인, ‘커뮤니티 맘모버스 프로그램(Community Mammobus Programme)’의 혜택을 받았다. 여성들이 유방암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여성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NHGD는 2018년 싱가포르 유방암 재단 및 싱가포르 암협회와 협력해 ‘커뮤니티 맘모버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바퀴를 달고 있는 이 이동식검진센터는 커뮤니티 센터나 주택단지 등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마치 푸드트럭처럼 서비스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이 버스에 탑승한 여성들은 빠르고 저렴하게 유방조영술을 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 40세 이상의 싱가포르 여성 혹은 여성 영주권자는 첫 유방조영술을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후속 검사의 경우 7달러(한화 약 8,000원)에서 26달러(한화 약 3만 원) 사이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맘모버스 프로그램이 도입된 첫 해에 NHGD를 통해 첫 유방 검진을 받은 여성의 수는 2배로 증가했으며, 유방 검진을 받은 여성의 수 자체도 68% 증가했다.
두 번째 검진을 위해 버스에 오른 비빙스 씨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진료를 위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은 데다가, 직원들도 친절합니다. 맘모버스와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진료 과정이 편해진다면 일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여성들이 유방조영술을 받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바쁘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부끄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GE헬스케어의 클레어 굿리프(Claire Goodliffe) 여성 건강 마케팅 부문 이사는 2017년 GE리포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여성들은 검사 자체를, 검사 과정에서의 고통을, 검사 결과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암에 걸렸을까 걱정합니다.”
GE헬스케어는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8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의 빠른 성공을 기반으로 NHGD는 GE헬스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맘모버스에 GE헬스케어의 디지털 유방조영 기술을 싣고 거리로 나왔다. GE헬스케어의 디지털 유방 촬영기기는 여성이 여성을 위해 설계한 기기다. 여러 개선사항을 통해 여성이 보다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며, 이미지 촬영 과정을 수월하게 돕는다.

NHGD의 콩 책임자는 말한다. “환자의 편의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이러한 기술을 통해 검사가 고통스럽다는 오해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새로 도입된 신형 버스는 버스 길이가 더 짧아졌다. 싱가포르 인구의 약 70%가 거주하는 집단 주거지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좁은 도로로도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콩 책임자와 직원들은 기존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 신형 버스 역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콩 책임자는 말한다. “각 기관과 지역 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직원 및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검진 사례가 40% 증가했습니다. 단 한 해 만에 이룬 결과죠. 신형 버스를 도입한 올해 목표 역시 유사하게 잡고 있습니다.”
“접근성과 진단 과정에서의 환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면, 유방조영술 검사를 피하는 환자는 줄이고 이를 통해 조기발견 가능성도 높일 수 있겠죠.”